[소설]허수아비춤

2010. 12. 10. 00:20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태백산맥』에서 시작되어 『아리랑』과 『한강』을 거치고 『인간연습』을 스치어 『오 하느님』에서 잠시 머물렀던 조정래 작가와의 이어짐은 그의 새로운 장편 소설 『허수아비 춤』을 통해 여전히 계속되었다.


작가의 말에서 조정래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들에게 있어서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었다. ‘정치민주화’가 80년대의 여러 굵직한 사건들을 거치면서 그 다음세대인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뇌리 속에 박힐 수 있었다면 ‘경제민주화’는 그저 그런, 어쩌면 개인만의 반항으로 여길 수도 있을 만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개개인은 그 위험성을 느끼고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전체가 느끼지 않은 현실, 그 현실을 『허수아비 춤』은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광그룹은 그 회장이 실형을 살게 된 것을 계기로 하여 ‘문화개척센터’라는 회장직속의 조직을 만들게 된다. ‘문화개척센터’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회장이 다시는 실형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며 또한 최종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회장의 아들에게 ‘경영권 승계’를 아무런 문제없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한 두 가지 목적을 위해 ‘문화개척센터’의 인물들이 불철주야 노력하는 것, 그것이 『허수아비 춤』의 줄거리이다.


정치의 민주화를 이뤄내었고, 일명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 울만큼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고속의 발전을 해낸 대한민국이지만 그 바탕에는 많은 사람의 희생과 불법이 판치고 있다. 『허수아비 춤』에서는 그러한 현실을 아무런 여과 없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 곳에 까지 돈이 들어갈 수 있는 건가, 그 곳만큼은 불가능한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결국 돈이라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 『허수아비 춤』의 주요골자를 이루고 있는 이러한 말들은 결국 우리의 현실이 어떠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투명경영하고 거리가 먼 대기업들은 비자금을 만들기에 급급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비자금들은 다시 정치계로 흘러들어간다. 고정되어버린 이런 형태들은 쉬이 고쳐지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오랜 기간에 걸쳐서 그러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다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올바른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결국 우리가 ‘춤’을 추고 있기에 그렇다.


‘허수아비’가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거기에 맞춰서 어깨춤을 우쭐거리는 것, 그것이 허수아비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이다. 그러한 허수아비가 추는 춤은 과연 어떻겠는가. 돈이라면 없는 것도 만들어낼 수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돈 때문에 ‘허수아비 춤’을 추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모두가 잘 살사는 것을 이룩하기 위해서 결국 우리는 스스로 ‘허수아비 춤’을 추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허수아비 춤’을 추고 있을 수만은 없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은 스스로 그 다음 단계를 쳐다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경제의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그 발전의 후 단계가 ‘경제민주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춤’이 마음이 흥겨워서 추는 것이라면 현실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는 우리의 춤은 ‘허수아비 춤’에 지나지 않는다. ‘허수아비 춤’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흥겨운 어깨춤은 돈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난 허수아비가 아닌 상태라야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런 소설을 쓸 필요가 없는 세상을 소망한다’는 조정래의 말처럼 『허수아비 춤』은 분명한 목적을 지니고 쓰인 소설이다. 그렇기에 조정래의 다른 작품들과는 너무나 다르다. 주제를 전면에 드러내고,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확실히 표시해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하나하나 알려준다.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조정래의 이러한 변모는 『허수아비 춤』을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조정래의 소설은 꼭 그런 식으로 쓰이고, 읽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급격한 변모는 조정래를 좋아하였던 독자들에게 아쉬운 시선을 던질 수밖에 없게 한다.


‘경제민주화’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며, 돈에 의해 지배당하는 ‘허수아비 춤’ 역시 한동안 우리를 우쭐거리게 해줄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흥겨움에 덩실거리며 어깨춤을 출 수 있는 시기가 『허수아비 춤』으로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왔으면 좋겠다.

Posted by 潾

[MOVIE]의형제

2010. 10. 20. 22:4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언제나 적당히 늦게 올라오는 영화 감상입니다. 오늘은 [의형제]입니다.

으음, 남자의 입장에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강동원도 상당히 멋지게 나왔군요. 이러다가 [아저씨]를 보게 되면 원빈에게 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위험합니다.

[의형제]는 현재, 우리나라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남파공작원과 국정원 요원이라는 소재는 다른 나라에서는 현재를 대상으로 다룰 수 없으니까요. 물론 세계의 경찰이라고 자부하는 어느나라에서는 없는 공작원도 만들어낼 수 있으니 제외겠지만요.

여튼, [의형제]에는 국정원 요원과 남파공작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두 사람도 서로의 정체를 알고 있지만 서로가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상태에서 둘의 동거는 시작되지요. 복잡한 듯 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요컨데 서로를 속이고 있는 상황이지요. 서로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한 동거의 시작이지만 대부분 그러하듯이 위기가 찾아옵니다.

아주 간략하게 정리한 [의형제]의 줄거리입니다. 그나저나 송강호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남자 배우 중 한명(그러니까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이기에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남파공작원이 너무 멋지게 나오더군요. 뭐, 그것이 현재의 남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영화의 전개를 위한 필연적인 선택일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직 우리는 통일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지요.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은 좋지만 역시 확실한 구분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뭐 쓸데없는 이야기가 조금 있었네요.

[의형제]는 억지로 감동을 만들어내는 영화입니다. 처음의 설정이나 대사, 장면 모두가 그것을 의도하고 있다는 것은 영화를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지요. 확실히 우리나라의 정서에는 잘 맞을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든 감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요.

-潾-
Posted by 潾

BLOG main image
CRAZY OF_ by

카테고리

流潾 (394)
appreciate (341)
Daily (32)
Discontent (7)
Music (9)
Photo (4)
Wish list (1)

최근에 올라온 글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