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 감상입니다. 그동안 별 거 없는 이유로 소설에 대한 감상만을 줄기차게 적었었는데, 오랜만에 영화를 봤으니, 영화에 대한 감상이 들어갑니다.
[평양성]은 [황산벌]에 이은 작품입니다.
영화 [황산벌]은 모른다고 해도, 일반적인 수준의 상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계백장군'과 '관창'이라던가, '김유신'이라던가 하는 인물들이 싸웠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가 황산벌이지요.
이번에 본 [평양성]은 그 [황산벌] 전투가 벌어진 후 백제가 망하고 이제 신라와 당나라가 힘을 합쳐서 고구려를 치는 이야기입니다. 존재하는 역사를 그대로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어떠한 긴장감을가지고 영화를 본다고 해도, 고구려는 망합니다. [황산벌]에서 '계백'이 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그렇기에 영화가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그 부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전쟁 뒤에 벌어질, 당나라와 신라와의 전쟁을 어떻게 막느냐가 영화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입니다. 사실 이러한 포커스는 어떻게 해도 고구려는 망하고, 당나라는 신라를 배신할 것이라 라는 전개가 있기에 가능한 시점이기는 합니다.
[평양성]은 [황산벌]의 후속작인 만큼 [황산벌]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몇몇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아직까지 꼬장꼬장하게 치매노인 흉내나 내고 있는 '김유신'을 들 수 있겠죠. 백제 인물들은 대부분 죽었으니 등장하지 않을 것도 같지만 '거시기'가 여전히 등장합니다. '거시기'라는 이름 자체가 말장난이기는 하지만 이 인물의 삶을 보면 그것이 더욱 장난 같기는 합니다. 백제인으로 태어나서 신라의 병사가 되어 고구려를 공격했다가 포로로 잡혀 고구려인이 되었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아무것도 아닌 야인으로 되니까요.
일견 불가능해보이는 삶이지만 그 시대의 백성들에게는 평범한 삶 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백성들에게 누구의 소속인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벅찬 백성들을 이끌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전쟁을 치루는 것은 이미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렇기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정치가들의 문제입니다. 그런 정치가들에게 휘둘리는 백성들의 대표적인 모습이 '거시기'입니다. 대단히 코믹하게 등장하기는 합니다만, 사실은 매우 슬픈 인물이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영화의 마지막은 '거시기'가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나옵니다. 전쟁이 끝났다니 다시 전쟁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삶 자체가 전쟁이라는 것이겠지요. 요즘 같은 세상의 스펙 문제가 아니라, 그냥 밭갈아서 먹고 사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에게 삶은 전쟁입니다.
사실, 이준익 감독이 그것을 말하고자 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그렇게 느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겠지요.
-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