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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8 우리는 잘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굉장이 뜬금없는 제목일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것은 저의 지금 순수한 마음입니다. 25일 크리스마스도 끝이나고 26일, 27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태안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처음 계획은 엠티였는데 그 엠티를 조금은 뜻깊게 다녀오자는 마음으로 태안을 선택한 것이었죠.

26일. 태안으로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에는 별다른 생각도, 어려움도 없었습니다. 남들이 하는 것이니 나도 한번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는 그런 생각으로 갔으니까요. 상당히 이기주의를 자랑하는 저이기에 그건 별 수 없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요.

남들이 하는 자갈 닦는 것과 기름을 뜨는 작업을 만리포에서 열심히 했습니다. 조금 쉬어가면서 했다는 느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에 떳떳하게 태안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은 했으니까요.

그렇게 26일 일정이 끝나고, 27일은 후발대로 온 사람들과 함께 다시 봉사활동을 하러 갔습니다. 처음에는 26일과 마찬가지로 자갈을 닦으려고 했는데 점점 이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26일부터 조금씩 신경쓰이던 것이 한번에 터진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왕 봉사활동을 하러 간 것이기도 하고, 놀자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할 수 가 없더군요. 제가 간 만리포만 그랬다면 좋겠습니다만, 그 쪽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을 거의 통제하지 않습니다. 못하는 건지, 안하는 것인지는 제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통제를 한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더군요. 그런 식이니 처음 오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를 뿐더러 어떻게, 어디에서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더군요.

물론, 방제복을 입고 흡착포로 기름을 닦아요. 라는 정도의 기본적인 지식은 가지고 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오는 것도 곤란하지 않을까요? 방송이나 여러 사람들의 블로그, 뉴스 등에서는 거의 두가지 반응입니다. 물품이 부족하다. 일손이 부족하다. 이런 사람들과 거의 끝나가고 있다. 물품은 가면 준다. 이런 반응들이지요.

글쎄요. 솔직히 저는 중간입니다. 일회용품을 제외한 물품들은 충분히 있습니다. 재활용을 해서 그런 물량이 있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새것을 써야 하는 것들이 아니니까요. 물론, 마스크나 장갑 같은 것들은 가져와서 사용하시는 것들도 좋겠죠. 흡착포가 부족해서 가져와야 한다는 면소재 들도, 충분하다고 생각되는군요. 저 역시 준비해갔지만 가져간 것은 사용하지 않았으니까요.

자원봉사자들 역시 마찬가지네요. 사람들이 너무 편중되어 있습니다. 부족하겠죠. 분명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된 곳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요? 전부 다 같은 일에 매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 건가요? 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습니다.

자갈을 닦고, 바위를 닦는 일도 물론 중요합니다. 흡착포로 기름을 떠내는 일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버려진 흡착포를 치우는 일은요? 아니면 그쪽 동네사람들을 도와서 짐을 옮기는 작업은요? 며칠 전에 뉴스에 나왔던 짚을 사용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은요?

닦는 일에 매진 하는 자원봉사자 분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다른 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지금 자원봉사자 사람들에게 무어라고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정부의 통제력 부재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지요.

이틀동안의 봉사활동 시간 동안 저희는 관공서에서 온 분을 한 분 만날수 있었고, 그나마 그 분이 저희에게 말씀 하신 것도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거기다 이곳 저곳에서 나와서 일을 하시니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도 충분히 있었고요.

통제인원? 네, 부족하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총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과연 누구의 지시를 받고, 누구의 말을 따라서 일을 해야 하는지 그것 정도는 알려줄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태안으로 자원봉사를 하러 갑니다. 아무래도 저도 한번 정도는 더 갈지도 모르겠고요.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역시 제대로 된 통제 역시 필요합니다. 모든 자원 봉사에 방제복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흡착포가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모두 똑같은 일을 해서 효율이 살아나는 것도 아닙니다.

아직 태안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런 곳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역시 분명한 통제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네요. 좋은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가서 이리저리 해메는 것도 씁쓸한 기억이고, 제대로 된 통제를 받지 못해서 쓸데없는 일을 한 것도 씁쓸한 기억입니다.

처음에 언급한 내용입니다만,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가는 것입니다. 버스가 이렇게 생겼어요- 라고 해서 버스를 수리할 수는 없듯이, 기름을 닦아요- 라고 해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다 아는 것도 아니겠지요.

자원봉사가 시작된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또 많은 사람들이 가겠지요. 상황은 시시각각 바뀌는데 아직도 처음과 같은 준비와, 물품을 챙길 필요는 없습니다. 바뀌는 상황에 맞추어, 가져가야 겠지요.

제발, 제대로 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주세요. 그리고, 확실히 통제해서 인원을 낭비하지 말아주세요. 정부의 인원으로 부족하다면, 주민분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겠죠. 적어도 자원봉사자들 보다는 잘 아시잖아요. 꼭 필요한 일에, 적절한 사람이 일을 하러 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어요?

-潾-

ps. 말이 두서 없는 부분이 많군요.
Posted by 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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